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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헌법적 ‘황당공약’ 선거 뒤엔 헌신짝…이래놓고 票달라?
실행계획 · 재원 고려없이
질러놓은 뒤 ‘아니면 말고’
숫자·구호 거창한 공약 남발

상대黨 공약 비난하다가도
이거다 싶으면 베껴쓰기

18대 공약 10개중 7개
공염불로 끝난 전철 우려



여야 정치권의 ‘일단 지르고 보자 식’의 공약경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불과 4년 전 18대 총선용으로 내놓은 공약 10개 가운데 7개가 공염불에 그쳤음에도 여야는 약속이나 한 듯 실현 가능성 없는 ‘장밋빛’ 공약과 재원을 고려하지 않은 아니면 말고식 ‘표퓰리즘’ 공약, 돌려쓰고 베껴쓴 ‘미투이즘(metooismㆍ나도 똑같이)’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특히 4ㆍ11총선이 임박해지면서 표심을 자극하는 초헌법적 황당 공약은 거의 통제불능 단계에 이르고 있다.

참여연대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 1000여개가 참여한 ‘2012 총선 유권자네트워크(총선넷)’는 13일 “ ‘공약(公約)→당선→공약(空約)→무책임’의 악순환 고리를 끊지 않고서는 정치발전이 없다”면서 “정당의 주장을 시민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고 경고했다.

▶실현 불가능한 장밋빛=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18대 총선 공약에서 실현 불가능한 장밋빛 수치를 들먹이며 표심을 유혹했다. 18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경쟁적으로 제시한 사교육비 50% 절감과 일자리 50만개 창출, 6%대의 지속적인 성장, 뉴타운 개발 등의 현실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사교육비는 현 정부 4년간 연평균 2~3% 줄어드는 데 그쳤고, 경제성장률은 목표치의 절반 수준인 3.1%에 불과했다. 또 신규 일자리는 매년 20만개를 만들어내기에도 벅찼고, 지역민의 이해관계가 직결된 뉴타운 공약은 물거품 위기에 처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저성장 기조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무슨 근거로 6% 성장, 50만개 일자리를 공약화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별다른 대안 없이 제시되고 있는 19대 총선 공약의 운명도 18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민주통합당은 2017년까지 비정규직의 절반을 줄이겠다고 했고, 새누리당은 2033년까지 기업정년을 65세로 연장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



▶아니면 말고식 표퓰리즘=재원확보 방안도 없이 표만 의식한 ‘표퓰리즘’ 공약도 여전하다. 

새누리당은 5+5, 민주통합당은 3+3을 근간으로 하는 복지 공약을 일제히 발표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아니면 말고’ 식이다. 특히 새누리당의 공약인 아침 무상급식이나 민주당이 약속한 동일노동 동일임금 공약 등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건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기획재정부 고위관계자는 “균형재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정치권에서는 ‘돈 없는 돈공약’을 쏟아내고 있어 걱정”이라며 “정치권은 일단 질러보자는 심산인데 결국 이런 공약은 대부분 선거 직후 폐기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초헌법적 법안도 무더기로 처리하고 있다. 대표적 법안은 부실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법과 카드수수료를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여신전문법 개정안.

금융위원회는 ‘영세카드 가맹점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조항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훼손하고 위헌 시비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저축은행특별법 역시 고금리 혜택을 누린 저축은행 이용자를 위해 다른 소비자가 부담을 지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일단 베끼고 보자, 미투이즘=여야는 상대당이 내놓은 공약을 짝퉁, 표퓰리즘이라고 비난하기에 바쁘지만 실상은 눈에 띄는 공약을 돌려쓰고 베껴쓰는 일이 허다하다.

새누리당이 제안한 고교 의무교육은 지난 18대 때 당시 여당인 통합민주당이 발표한 고교무상교육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새누리당이 지난 12일 발표한 ‘전ㆍ월세 상한제’ 역시 민주당의 전월세특별위원회가 지난해 내놨던 정책을 이름만 바꾼 것이다. 이 밖에 사병 월급 인상과 비정규직 감축, 대기업 규제 등 공약 자체만 놓고 보면 저작권이 불분명한 ‘Me Too’ 공약이 선거판을 떠돌고 있다.

자유선진당 관계자는 “공약 내용만 놓고 보면 누가 누구를 비난할 처지가 못된다”면서 “18대 때 민주당이 성장 공약을 내세운 것이나,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복지공약을 남발하는 것이나 어설픈 베끼기이긴 매한가지”라고 지적했다.

민노당 관계자는 “여야가 앞다퉈 발표하는 공약은 대부분 민노당이 내놓은 정책”이라면서 “나라 곶간을 거덜내는 표퓰리즘이라고 비판할 때는 언제고, 안면몰수하고 베껴쓰는지 모르겠다”고 뼈있는 비판을 제기했다.     

<양춘병 기자 @madamr123>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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